갈유라 작가의 팝업전, 《그래서 우리는 선회하기로 했다》를 마치며

  







갈유라 작가의 팝업전, 그래서 우리는 선회하기로 했다가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과정의 작업과 그 과정의 여러 아이디어 메모 등을 포함한 아카이브로 구성한 전시는, 작가의 '두뇌를 열어젖힌'(김남수 안무비평가) 것 같이 작가의 사유와 작업의 불쏘시개가 되는 영감을 한데 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관람객은 관람객이라기보다 탐구자가 되어 두 시간 동안 작가의 작업을 느긋하게 그러나 다 보지 못한 채 자료 더미와 작업을 헤집는 과정을 수행합니다. 어떤 표면이 한없이 두드러지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접혀 있는 생각을 통해 작가의 감각과 관점이 얼마나 다양한 형식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지를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하며 감탄을 부르는 전시에 가까웠습니다.

작년부터 지난 몇 달간 느슨하게 여섯 일곱 차례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나누다 다소 즉흥적으로 기획, 실천된 이번 전시는, 사실상 오랜 시간에 걸려 생성된 방대한 자료에 대한 정리, 펼침에 대한 다음 과제를 수여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매체 선택과 분류나 정렬, 디스플레이의 방식에 대한 반성과도 연관되지만, 그 많은 생각이, 작업이 그 자체로 한 명의 작가 이전에 동시대라는 것. 그렇다면 이는 어떤 한 지점에서 그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냐의 물음과도 연관될 것입니다.

갈유라 작가의 작업을 읽는 하나의 시도로서, '작가 없는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 토요일(22.03.05) 오후 4시경 열렸습니다. 지난 갈유라 작가의 작업 관련 원고를 쓰거나 기획을 한 분들인 곽노원 독립 큐레이터(@k.no_one), 김민관 편집장(@mikwa3), 김성우 큐레이터(@kim.sung_woo), 김홍기 미술평론가(@hongkikim77), 박성환 아마도예술공간 책임 큐레이터(@jungsang_in), (가나다 순)가 작가 없이, 기록(레코딩, 촬영, 타자) 없이, 관객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즉각적인 관계와 말 이후 기억과 구전, 시차를 통해 작가에게 아마도 전달되거나 변형되거나 누락되거나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이 작업에 대한 정답이나 결론을 내리는 데 우선권과 특권이 없는 방식을 지향해본 것입니다.

이는 헤집는 이에게 주도권을 넘긴 아카이브 성격의 전시와 같이, 작가의 말을 작업으로만 구성해보는 성격을 같이 합니다. 또한 각기 다른 시간 아래 또한 다른 작업에 대한 펼침을 한 사람들이 모여 각 시기를 맞춰 보며 스스로도 작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 종합해보는 또 다른 시도를 요청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곧 열리는 다음 전시 소식을 곧 또 전할게요. 관심과 방문해주신 관람객 분들, 패널분들, 작가님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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