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 리뷰: 어떤 참조점들, 그리고 ‘기꺼이 우아하지 않은’
김영미 작가의 《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김영미(이하 상동). |
김영미 작가의 《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는 전시가 아닌, 참조 자료들과 이미지, 기존 작업의 사진들, 영상 콘티, 기존 영상들을 짤막한 클립들로 편집해 프리뷰처럼 보여주는 영상과 또 다른 퍼포먼스 영상, 텍스트 종이가 흘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장치 등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보여준다―과정 공유회 또는 조금 적극적인 차원의 오픈 스튜디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 대부분에서, 각각의 계열이 각각의 작품으로 수렴하는 대신 작품에 이르는 또는 작품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셈이다. 반면, 텍스트-장치의 경우, 어느 정도 응결된 매체의 결과로 보이는데, 여러 작가의 인터뷰를 발신자를 지정하지 않고 하나의 텍스트로 편집해,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 동력 장치가 돌아가며 종으로 흘러간다.
김영미의 몇몇 영상에서, 전경 안의 퍼포머들은 일정한 행위의 미션 아래 움직이는데, 퍼포머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행위에 묶여 있음에서 온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고 또한 궁핍하다. 여기서 전경은 참조가 된 회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영상 작업은 이미지가 갖는 동적 역량을 부조화스럽게 전유하며, 회화와의 경합에서 미끄러진다는 인상을 준다.
크게 시퀀스를 영상 콘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시퀀스의 세부 움직임은 퍼포머 자신의 판단과 연기, 그리고 작가의 자의적인 안무 스코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웹상의 이미지 검색을 통한 움직임 도상의 계열체를 수집하고 기호화하는 데서 오는 것임을 참조 이미지들과 아이디어 구상, 드로잉 등이 적힌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도상을 재현하기 위한 움직임의 적용이라는 차원에서, 움직임은 도상들의 통합체의 하부가 되며, 이 연장선상에서 “당신이 도끼를 뺄 때 우아함을 잃지 마라(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라는 제목은 단순히 시적 메타포라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현실의 움직임이 이미지 계열체, 나아가 일종의 ‘짤’로 전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도끼를 뺄 때 우아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움직임의 이미지로의 전유를 함의한다고 할 것이다.
가령 참조 파일에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지는 행위, 줄다리기하는 행위, 논에서 물고기를 잡아 통에 넣기 위해 허리를 숙인 사람들의 모습은 두 팔을 모두 놀리는 자세, 그리고 노동 혹은 노력 등의 행위를 하는 데 힘이 작용하고 있음의 공통점으로 묶이는데, 여기서 하나의 움직임이 하나의 이미지로 전경화되는 것과 같이―여기서 노동의 숭고함이나 개별적 차이 등은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이미지로 수용된다.―, 하나의 움직임을 하나의 이미지로 포박하기 위해 실제 퍼포머의 움직임들은 제한된 범위에서 그 이미지와의 일치를 위해 시도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김영미의 영상은 이미지에서 퍼포먼스로 연장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퍼포먼스는 이미지와 경합한다고 할 것이다. 곧 이미지를 반복하며 역설적으로 이미지로의 잠재성을 갖는다고 보인다. 반면 움직임은 이전의 이미지 너머의 어떤 잠재성 역시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것은 이미지의 확장일까 아님 진정한 차이일까. 이번 작가의 전시 아닌 전시는 그의 기존 영상들이 가진 우스꽝스러운 진지함, 역동적인 것의 진부함 같은 기이한 작업의 아이러니함에 다가서는 참조점을 일부 효과적으로 제시했다고 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우아”하면서 기꺼이 우아함을 잃는다. 그런 작업이다!
《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 포스터. |
제목: Don’t lose your elegance when you take out the ax
작가: 김영미
일시: 21.12.29-12.30 13-18시.
장소/협력: 응접실
후원: 인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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