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씨어터: 제작기〉 리뷰
앤드씨어터의 전윤환 연출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앤드씨어터(2008~)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이름처럼 이머시브 시어터, 장소 특정적 연극, 뉴다큐멘터리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연극의 형식을 실험해 왔다. 또한 한국근대문학극장같이 문학을 각색하는 작업도 한편으로 꾸준히 진행해 왔고, 최근 〈유원〉으로도 이어졌다. 인천에서의 작업이라는 특징도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개인의 이야기가 거대 서사를 이룰 수도 있고 넘어설 수도 있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이야기를 발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특정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거대담론의 역사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또 극단의 작업 방식과도 연관된다. 곧 극단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가는 작업 과정으로 공동 창작이 이뤄진다.
기반 없음은 역설적으로 작업의 반동적 조건이 되어 왔다. 동문으로 시작돼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자리 잡기까지 극단에서의 또 서울에서의 기회 없음이 계기가 되었다. 이어 작업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이는 경험이 쌓여 나가며 현장과 관객을 생생하게 감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터무늬 있는 연극은 지역 고유의 지문, 무늬를 찾기 위한 시리즈 작업으로, 인천 리서치를 통해 관광 도시나 행정의 개념이 아닌 인천의 오랜 역사적 자산과 지역민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지역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맥락화”했다. 또한 지역은 작업이 발표되는 지역의 관객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관객의 구체성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다.
중후반에는 작업 과정과 방식에 대한 부분이 주로 이야기되었다. 리서치로부터 작업이 보통 시작되고, 이 리서치가 주제와 자신의 조건과 연결되는 지점 역시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리서치로부터 시작된 과정에서는 각자의 리서치와 이를 발전시킨 이야기가 서로 경합하고 갈등하며 종합되는 시간도 필요해진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연극이 드라마 연극의 갈등 요소를 가져가는 것 역시 중요하며, 이러한 갈등이 연극 안팎으로 이야기되는 점이 중요한데, 사회의 문제의식이 극장으로 연결되고 다시 사회로 이러한 관점이 연결될 수 있는 차원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곧 극장이 사회와 피드백되는 차원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리서치 과정에서 수반되는 인터뷰에서 인터뷰 당사자를 곤란하거나 하지 않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전제가 됨 역시 이야기되었다.
기획 의도로는 연혁을 역사적 차원의 과제로 두었다. 곧 사전에, 현재와 맞물리는 지점에서 역순으로 연혁을 다뤄갈 것을 전윤환 연출에게 요청했다. 그렇게 보면, 과거는 잠재적인 차원에서 현재와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재의 시간 역시 다른 미래에서 또 다른 가능성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의도는 아카이브를 염두에 두고 예술가를 초대했지만, 그 흥미로움과 생생한 감각으로 전달되는 것과는 별개로 방대한 자료를 정제된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추후 과제로 이어가고자 한다.
앤드씨어터 〈제작기〉 편집 영상→https://youtu.be/F7wRX-UZWIQ
앤드씨어터 〈제작기〉
극단 시스템을 고수하며, 극장과 극장 밖을 넘나들며 연극의 형식을 실험하는 한편, 인천에서 강화도까지 지역 예술의 방식을 탐색해 가는 앤드씨어터(2008~)의 작업들을 역순으로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제도권 바깥으로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너머의 또 다른 작업 언어를 만드는 방식을 만나봅니다. 무엇보다 작업 제작기를 통해 어떻게 작품의 주제가 선택되고 설계되는지, 또 차츰 버려지고 벼려지는지, 그리고 여기서 극단의 철학과 작업의 이념은 어떻게 자리하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나눌 예정입니다.
일시: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오후 7-9시
장소: 응접실(인천광역시 중구 율목로30번길 1, 1층)
호스트: 전윤환 연출
주최/주관: 오픽
설치 도움: 조경재
디자인: 홍유진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앤드씨어터는 2020·2019·2018 부평아트센터 상주단체, 인천아트플랫폼 6·7·8기 입주단체로 활동하며 인천의 연극 콘텐츠와 축제를 개발해 왔다. 인천 고유의 지역자원을 활용한 레퍼토리 개발에 집중했던 시기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활동은 ‘연극 그리고 극장은 이 시대에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앤드씨어터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극단 고유의 작업 언어를 만들어나가면서도 세상에 유효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업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예술이 사회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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