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라: 응접실〉 리뷰
박유라 안무가는 처음 장소를 탐색하러 와서 삼면이 창인 응접실 공간을 바깥에서 보는 시점을 고안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응접실 맞은편 언덕의 계단에 앉아 공간을 한참 들여다보던 시점은 실제 퍼포먼스에서 관객의 시점으로 이양되었다. 응접실 건물의 옥상에서 계단에 앉은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다 건물을 나와 건물을 길의 단위로 확장해 뱅뱅 돈다. 따라서 안무가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등장·퇴장을 반복하게 된다. 관객은 이를 지켜보기도 하고 주의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보이지 않은 시간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감응하는가. 박유라는 하염없는 돎을 통해 이전의 시간과 이후의 시간의 계열을 만든다.
이후 응접실에 들어간 박유라는 인스타 라이브로 공간을 소개한다. 장소 특정적으로 이 공간을 누비며 공간의 높이와 폭을 비롯한 건축적 특징, 시설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한다. 현장의 관객은 이를 실제 들을 수 없고,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었다. 동시에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알려주는 주차 표지판 위의 표지를 통해, 곧 이 표지판을 현장 관객의 시선에 들어오도록 바깥에 둠으로써 관객은 현장에서 박유라를 보며, 인스타 라이브를 켜기 시작한다. 반면 온라인 관객은 현장 관객의 시선을 획득할 수는 없다. 곧 현장의 관객은 온라인 관객과 똑같은 화면을 공유하지만, 자리에 정박된 채 박유라의 현장에 대한 보족 개념으로 스크린을 더한다. 이는 유리창 사이의 나무 데크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시각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청각에 대한 부분이다.
제한적 관람의 부분은 극장의 문법을 야외로 확장한 데 있다―관객은 자리를 미처 떠날 수 있는지조차 질문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한 박유라의 응접실의 전유에 있다. 박유라의 인스타 라이브는 현장의 관객을 떠나 또는 그와 상관없이 그의 사적 공간을 구성함을 의미한다. 이를 인지하는 관객은 응접실을 지나가며 이를 쳐다보는 사람들과 달리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희미하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현장을 보는 시선과 뚜렷하게 보이는 작은 화면의 중계를 보는 시선은 통합적인 감각을 달성하기 위한, 그렇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행위의 일환이다.
이런 분할된 시점, 그리고 분할된 관객을 통해 박유라는 극장 문법을 이격시킨다. 극장의 편재를 통해 극장을 재편한다. 무언가를 본다는 것에서 벗어나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부상한다. 관객은 인스타 라이브를 켜기도 하고 켜지 않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리는 일정한 거리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발신자의 메시지는 온전한 휴대전화에의 집중을 전제한다. 반면 퍼포머가 사라짐으로써 관객에게는 수신에 대한 오작동이 발생한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옥상에서의 발신은 끊긴 지 오래됐다. 그렇지만 현장은 여전히 눈앞에 있고, 휴대전화의 화면은 적잖이 이와 불화한다. 휴대전화의 소리는 현장음과 같이 존재하지만, 또한 불화한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장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생겨난다. 공간 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현장음을 소거하면 공간은 더욱 진공 상태에 가까워지는 딜레마가 생겨난다. 그리고 극장과 달리 관객은 거리에 무방비로 놓여 있다.
박유라는 짧은 방송 후, 라이브 방송을 하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바깥으로 나와 현장의 관객에게 인사를 전한다. 이로써 옥상에서의 교신이 이어지는데, 그 직전의 사라진 교신의 시간은 먹먹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박유라는 공간으로 들어올 것을 제안한다. 사적 공간은 공적 공간에 대한 매개의 차원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 이런 사적 공간의 시간은 현장의 관객을 직접 향하고 있지는 않았다. 방송을 위한 독립적 공간은 단순히 공간의 사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공간과 그 바깥의 구분, 퍼포먼스의 차단 혹은 제한, 연장과 접속의 급격한 흐름을 사유하게끔 했다.
관객은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박유라 〈응접실〉 편집 영상→https://youtu.be/draSwI_odzE
박유라 〈응접실〉
#인천 #응접실 에서 #김민관 이 제안하고 #박유라 가 응답한 #응접실 이 9월 27일 늦은 5시에 열립니다. 서울의 옆집 ‘인천’과 김민관의 신생공간 ‘응접실’의 특이점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공연으로 공간과 관객, 작가의 희한한 만남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응접실은 용산역에서 출발한 지하철로 54분, 동인천역에 도착해서는 20분 정도의 보도 이동 후에 나타납니다. 때문에 가능하시다면 오후 일정을 응접실에 다녀오기로 모조리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점심을 배불리 먹고 지하철을 타서 충분히 조신 다음 지하철역을 한 번 확인 하시고 조금 더 가면 동인천역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동인천역에서 능인사와 하이델베르그 호프, 큰손천사와 여타의 모텔이 즐비해 있는 골목을 통과해서 개항로에 닿으면 @brownhands_incheon 에서 세련된 디저트와 커피를 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커피를 안 드신다면 #답동성당 에 가셔서 천고가 높은 곳에서 침묵하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답동성당은 고해성사실이 명물입니다. 여차저차 해서 낙낙히 응접실에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실 때 혹여 시장 하시다면 #신포시장 에서 여러 가지 요기를 하시거나 저도 안 가봤지만 #동인천물고기 에서 찐 사시미를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본 말투는 인스타그램 전시, 근처 맛집 계정인 @oottoogi 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일시: 2021년 9월 27일 월요일 17:00
장소: 응접실(인천광역시 중구 율목로30번길 1, 1층
주최/주관: 오픽
설치 도움: 조경재
디자인: 홍유진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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