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스터디 1: 기울이고 감고 펴고 몸_1) 퍼포먼스에서 접근성과 실험성 사이(박하늘 배우와 함께)


퍼포먼스 스터디 1: 기울이고 감고 펴고 몸

1) 퍼포먼스에서 접근성과 실험성 사이

일시: 2023. 2. 6.(월) 오후 1~3시

장소: 응접실_인천 중구 율목로30번길 1, 1층

참석자: 박하늘 배우, 박유라 안무가, 조경재 작가, 김민관 공간 운영자

기록/편집: 김민관


배리어 프리의 방식들(이 가진 어려움), 주로 음성 해설에 관해서, 그리고 그 합목적성에 관해서


첫 번째 이미지. 응접실에서 왼쪽부터 조경재 작가, 박유라 안무가, 박하늘 배우가 앉아 있는 모습. 오른쪽에 박하늘 배우가 두 손을 펼친 채 배리어 프리 관련해서 의견을 전하고 있다.

김민관: 사실 이 프로젝트는 김시락님이라고 시각 장애인인 분인데 재작년에 워크숍을 같이 하면서 이제 올림픽 경기 같은 걸 TV에서 중계할 때 다른 시각 장애인 분들은 음성 해설 같은 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인데, 그분은 ‘그런 해설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좋은 거고, 자기는 그게 더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얘기하셨던 거 같아요. 그때 저는 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 무용을 사실 굳이 음성 해설로 옮기는 것보다 우리가 눈 감고 무용을 느끼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박유라: 민관 씨가 만약 어떤 체조 경기를 음성 해설로 한다라고 하면, 체조 진행되는 동안에 소리라든지 강도가 되게 많이 느껴지는 소리가 많잖아요. 그런 걸 해치지 않는 선상에서 조금 더, 어떤 정보, 근데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정말 음성 해설 정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어떤 방법이 있는지 조금 확장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박하늘: 저는 음성 해설로 무용 공연을 관람하신 주변 분들의 후기라든지 경험을 나눴던 것들을 말씀드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기존에 음성 해설이 없는 공연들, 그중에서도 특히 무용은 거의 보러 가지 않죠. 왜냐하면 청인인 시각 장애인이 소리 없는 공연을 보러 가는 건 마치 농인들 입장에서 청인들이 입만 뻥긋뻥긋하는 느낌으로 관람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겠죠. 다만 이제 무용에 장치적으로 조금 더 들어갈 수 있는 게 있다면 음성 해설일 수 있을 텐데, 1차적으로 그렇게 됐을 때도 해설의 언어를 어떤 식으로 도입할 것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초기 작업들을 보면, 지금은 조금씩 계속 또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약간 오른쪽, 왼쪽 각도 하나하나 방향 설명들을 다 해주는데, 그런 해설을 듣는 것이 춤을 감각하는 언어가 이게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었던 거죠. 해설사에게도 굉장히 힘든 작업인 데다가 그게 공을 들인 만큼 전달이 안 되는 그런 효과가 있었고. 다만 이제 관객들이 앞 열에서 무용수 가까이에서 관람하면, 힘세기 같은 거 있잖아요. 점프하고 가까이 오면 땀 냄새라든지 역동적인 호흡을 느낄 수가 있으니까 그런 에너지를 관람하는 재미가 있고. 시락님 공연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무용도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시각 장애인들은 후천이냐 선천이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세부 장르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는 없는 편일 거란 말이죠. 현대 무용이냐 발레냐 뭐냐 등. 근데 그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그냥 어떤 몸짓, 틀 이렇게 되니까 그게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런 기본 동작들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점프를 하든 뭘 하든 그런 걸 좀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무용 공연을 전달하는 것이 그런 어떤 동작들이 동반되는 게 꼭 필요한 건가. 무용은 움직임이지 스토리 중심은 또 아니잖아요, 그게 동반되기는 하지만. 그런 고민이 좀 들더라고요. 그게 스토리에서 배경 음악이나 어떤 시놉시스나 그런 것의 포인트는 좀 필요는 있겠다. 아니면 연극에서도 해설이 없을 때는 분위기로 이해되는 것들이 있어서 분위기를 살리면 어떤가 생각이 들고. 무용수의 의상이나 그 무용수의 인원이 몇 명이냐에 따라서도 또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시락님이 했던 작업 <무성한성무>는 무용에서 음성해설을 굳이 안 한다 했을 때 몸에 소리 요소를 부착하는 거예요.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게 소리 재료들을 부착해서 ‘손목에서 어떤 소리가 나요’ 이런 설명을 미리 해주고 무용수가 움직일 때 가늠해 볼 수 있게 했어요. 대사가 없고, 약간 실험적인 무용이라고 할까. 그런데 소리라고 해도 이게 사운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이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무용을 해설 없이 전달하고 싶은 그런 거였는데,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시각 장애인 관객분은 더 궁금하다 저게 어떤 몸짓일까 궁금하다라고 하기도 했고요. 그러고 저는 떴다 감았다 하면서 관람을 했는데, 빛은 기본적으로 어둡긴 했어도 그냥 초반에 듣기만 했을 때의 감각되는 그것들이 되게 상상력을 촉발시키고 좋았거든요. 근데 뜨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돌이킬 수 없는 세계로 돌아와 버리고, 그러나 어떤 사람은 떴다 감았다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계속 감아야 하는 그런 상황인 건데,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좀 뭐랄까 불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정답이 없이 각자의 감각으로 자유롭게 관람하도록 안내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관객들이 같이 나눴었어요.

박유라: 음성 해설이 있는 동반되는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 음성 해설을, 음성 해설 수신기를 내가 끼고 싶을 때 끼고, 그리고 벗고 싶을 때 벗고. 근데 정말 한 명의 퍼포머가 더 있는, 한 명의 다른 퍼포머가 더 있는, 그리고 한 차원의 한 세계가 다른. 그러니까 되게 저는 일반인으로서 어쨌든 조금 더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음성 해설… 이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거를 오른손을 왼쪽으로 뻗는다가 아니라 이 움직임의 질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 이게 되게 언어를 사용하는 그 전달자라면 그게 되게 중요했었던 것 같아요. 

박하늘: 그리고 음성 해설의 방식도 폐쇄형, 개방형, 전 회차, 일부 회차 다 나뉘어 있잖아요. 폐쇄형도 고민이지만, 개방형으로 할 때는 무용수하고 같이 연습 과정에서부터 호흡을 맞추고, 한 명의 퍼포머로서 같이 하면서 언어를 서로 익히고 감각하면서 조율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연습 과정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또 새로운 고민이 될 텐데 무용수가 방해를 받을 수도 있겠죠. 연극 작업에서도 개방형으로 하면 요구하기도 하거든요. 이만큼의 대사가 비는 구간을 좀 더 늘려달라라든지 여기 있으면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해설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라든지 그런 조율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을 무용에서도 같이 접목할 그런 여지가 있는지, 그런 협업을 할 수 있는지…김민관: 개방형하고 폐쇄형이 어떻게 다른 거예요?

박하늘: 개방형은 모든 관객이 다 들릴 수 있게 하는 거고, 폐쇄형은 수신기로 선택적으로 하는 건데, 장비 비용이라든지 분장실에서 할 거냐 무대 객석 사이 한쪽에서 할 거냐 그런 사항들을 살펴야 합니다.

어떤 무용 공연을 관람했을 때 무용수가 네 명이었거든요. 그랬을 때 해설사는 한 명인 게 좋을 것 같은데, 방법적으로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면 해설사가 최소 2명 혹은 무용수 1명당 1명씩 해설사 총 4명, 이렇게 붙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럼 좀 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예술적인 창의성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요.그리고 연극에서는 터치 투어나 무대 미니 모형 부스 그런 걸 운영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제 무용에서도 그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무대 미니 모형은 이제 대소도구랑 무대 디자인 있잖아요. 소품 이런 형태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고 공연 전에 미리 만지며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무대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극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먼저 듣고 관람을 할 수 있게요. 그게 장점이 많더라고요. 터치 투어는 시간 할애를 더 해야 하거든요. 김민관: 맞아요. 저도 그때 시각 장애인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분들이 처음 맞닥뜨린 공간에 되게 예민해서 공간을 360도 돌아가면서 만져보는 경험을 했는데, 그거를 이제 모형으로 줄이면 이제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박하늘: 그게 터치 투어를 하면, 공연 프리셋하고 터치 투어용 프리셋이 또 달라지고 어떤 것을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연 프리셋과 다른 세팅들이 되어야 하기도 하고요. 터치 투어가 끝나면 다시 공연을 위한 점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도 공연 시간 몇 시간 전부터 언제까지 이렇게 정해야 하고, 대사도 좀 원활하게 연습해야 하고 등등이 있어요. 굉장히 좋은 점도 많이 있고요.근데 무용에서도 그냥 객석에 바로 딱 앉는 게 아니라 무대와 어떤 소품들이 있거나 하면 좀 만져보면 좋을 것 같고, 특히 세부 장르마다 다른 동작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에 시락님하고 같이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혹은 이제 ‘액션 투어’, 워크숍 형태의 액션 투어, 근데 무용수가 접촉이 좀 가능하신 분들이 해야 할 텐데, 특정 동작들을 같이 좀 접해본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관람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요.

박유라: 되게 좋은 방법이다. 그 시각 장애인 분들을 위한 여기 안에서 어떤 퍼포머티비티… 경재 작가님 작업 같은 경우도 사실 되게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이미지. 응접실에서 왼쪽부터 조경재 작가, 박유라 안무가, 박하늘 배우가 앉아 있는 모습. 오른쪽에 박하늘 배우가 배리어 프리 관련해서 자신의 경험 등을 전하고 있다.


조경재: 근데 저는 의문이 있는 게 이 관점이 지금 비장애인들 관점으로 맞춰져 있는… ‘우리들 거를 너희가 볼 수 있게끔 도와준다.’라는 개념이잖아요. 거기에는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데 우리 세상 거를 굳이 왜 보여주지, 이들이 갖는 감각은 분명히 다른 세상의 것인데.’ 아무튼 지금 방법은 되게 그냥 친절한 방법이잖아요, 우리 걸 보여주기 위한 친절한 방법. 

박유라: 그들이 원하는 거는 다른 거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그 얘기를 듣기 전이에요, 전제는. ‘우리가 그 얘기를 들으면 참 좋겠어.’ 근데 그 얘기를 듣기 전이죠. 그리고 ‘그들이 이 세상을 알기를 원해.’ 그랬을 때 우리는 그렇게 할 유인이 생기는 거죠.

조경재: 그냥 우리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봤을 때는 저는 그런 방향성을 잡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박유라: 그러니까 어디 어떤 면에서 별로인 것 같나요?

조경재: 저는 제 거를 친절하게 만들어서 그들이 볼 수 있고 감각화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장치들을 만드는 데 흥미가 없는 거 같아요. 저는 그들이 갖고 있는 세상이 재밌어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들의 세상에 나가고 싶은 거고, 그들을 제 세상에 끌고 올 생각이 하나도 없어요. 아까 눈 감고 그걸 감각했을 때 되게 판타지적인 상상을 하는데, 눈 뜨는 순간 깨졌다고 그랬잖아요. 전 그걸 원하는 거예요. 눈 감았을 때 그 세상에 저도 들어가고 싶은 거죠. 그들의 세상에 가고 싶은 거예요, 저는.

박유라: 그럼에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했을 때, 그들의 출발점으로 우리가 가기 위해서 그들을 우리 세상에 데려오는…

박하늘: 저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연극에도 후시 작업이 있어요. 다 만들어 놓고 이제 사이에 대사를 음성 해설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음성 해설이라는 것을 공연에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작업 과정처럼 우선 다 만들어 놓는 거죠. 

그러면 음성 해설사는 시간이 없어요, 그 해설을 작업할 시간이. 한쪽에서 다 된 작업을 촬영한 걸 가지고 영상 작업하듯이 이제 하는 거예요. 그 사이사이에 기존 배우들이 할 거 다 하는 그 촉박한 틈에 겨우 해설을 집어넣는 거죠. 그러면 시각적인 정보들이 많이 놓쳐지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타협할 시간도 없고, 어떻게 피드백 받거나 맞출 여지도 잡지 못한 부족한 과정과 밤샘 작업을 통해 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됐을 때는 안 하느니만 못한 해설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요. 그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마치 방금 말씀해 주셨던 기존의 것에 적용하는 그런 예시의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정말 뭔가 할 의지가 있으면 ‘연습실에서부터 혹은 초기 준비 과정 단계부터 함께해야 한다.’라고 하는 거고요. 시각 장애 창작자가 무용수로 있든 아니면 당사자로서 모니터링해 줄 사람이 꾸준히 과정에 함께 하든, 그러면 말씀하신 설계부터 다른 작업이 될 수 있겠죠.

조경재: 제가 이제 설치 작업을 하게 되면… 박유라 안무가님이랑 같이 한 번 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제 설치 작품 위에서 안무가가 퍼포밍을 했거든요. 근데 제 장치 같은 경우에는 소리가 되게 많이 나요, 무대 장치 자체가 밟으면 소리가 많이 나서. 제 장치에다가 어떨 때는 철판으로 해놓고 어떨 때는 나무로 해놓고 어떨 때는 좀 다른 질감이 어떻게 해놓고… 소리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을 만들어서 처음부터 이 바닥에서 어떤 소리가 나고 이런 걸 다 경험시킨 상태에서 공연을 보는 게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게 그들한테 재밌을 것 같아요. 시각 장애인,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관객들한테 재밌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상할 수 있는… 근데 제가 재미가 없어요. 저는 기준이 제가 되고 싶거든요.

박유라: 작가님이 재밌으려면, 사실 시각 장애인 창작자가 많이 생겨나는, 그래서 우리가 정말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그게 사실 가장 베스트이긴 하겠죠. 저는 무용수로서 시각 장애인들이 이렇게 이런 방식을 취했을 때, 제가 어디 있는지 저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을지언정 정말 움직임의 언어가 전달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고…

조경재: 근데 소리를 이용하는 건 되게 좋은 방식인 것 같긴 해요.

박하늘: 무용과 시각 장애인 관객을 생각했을 때 다들 지금의 공통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박유라: 그렇죠. 다 이제 다 충족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박하늘: 그래서 약간 시각, 청각만이 아닌 오감을 활용한 것들 접목도 생각하는데요. ‘소리가 있다면 후각이 있을 수도 있고 촉감도 그렇고, 다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이런 고민도 되고 그리고 무용수로서는 공연하는 배우도 그렇지만 문자 통역만 들어온다고 해도 해설도 그렇고 약속을 벗어날 수가 없거든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겨나는 그 욕망을 억눌러야만 배리어 프리 작업이 되기 때문에 기존에 마음껏 했던 그런 형태의 작업을 또 못할 수도 있어서 그런 욕망을 갖고 있다면 또 추가 작업이 필요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적어도 연습실에서 런 단계에서부터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래도 그 작업할 시간 확보는 되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또 무용의 어떤 감각적인 언어를 해설사와 조율하는 시간 또 적합한 해설사를 찾는 거라든지 그런 게 필요해서요.

김민관: 사실은 지금 생각하는 방향에서는 우리의 퍼포먼스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있는 공연이지만 그 시각 장애인한테 볼 수 있게 공연을 함으로써 기존의 공연이 확장되거나 좀 다른 식으로 해서 그 공연이 실험적인 어떤 새로운 공연이 될 수 있다.’ 약간 이런 전제를 깔고 그냥 가는 거죠. 근데 이게 어쨌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걸 수도 있죠. 

박유라: 그거는 정말 한 끗 차이에요.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있는 공연은 시각 장애인을 먼저 위해야 해요!

김민관: 저는 ‘이 방식을 좀 차용할 수 있다, 우리가 소리를 뭘 한다거나 아니면 터치 투어 이런 거를.’ 사전에 공연 외적인 걸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공연으로 가져올 수도 있는 거고. ‘이 사람들을 위해서 부가하거나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이 차원은 또 아니잖아요. 그 전에 사실 공연할 때 장애인분들을 생각을 해보는 것은 분명 나쁜 건 아니고,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박유라: 근데 저도 음성 해설도 나쁘다고 보진 않는 게 그러니까 음성 해설 나름인 것 같아.

김민관: 음성 해설이 되게 공연을 더 재미있게 하는 경우도 좀…

박유라: 맞아요, 저도 많이 경험했거든요.

조경재: 듣는 걸로만 생각을 했을 때는 너무 친절하니까 관점이 딱 맞춰져 있잖아요. ‘그들을 위해서 모든 게 설정되어 있다.’ 예술가가 약간 선의를 베푸는. 약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박하늘: 근데 아니에요. 그 모니터링을 받아봐도 공연에 대한 이해가 있는 분이냐 그러니까 문화 향유의 경험의 차이가 달라요. 근데 관객으로 상정되는 분들은 공연 관람 경험이 없는 분들이 더 많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사람마다 피드백도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친절해야 할 필요는 있겠고요. 그리고 그것이 선의인지 아닌지는 그냥 알아요, 그건 직감적으로. 왜냐하면 느껴져요, 이 정성의 정도가. 그리고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범위나 표현 방식에 따라서. 그래서 선의를 했으나 이제 못마땅하거나 관람이 잘 안 됐던 경우들은 보통은 이제 후시 작업이었는데, 근데 다 느껴지죠, 하지만 또 좀 어설프거나 조금 미흡함이 있어도 얼마나 이걸 정성스럽게 하려고 했고 그런 마음이 있는지는 다 녹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조경재: 제가 말하는 포인트는 이렇게 하는 게 나쁘다라는 게 아니라 저의 태도는 이런 식으로 잡고 접근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주체가 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프로젝트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그들이 갖고 있는 세상이 너무 재밌을 것 같거든요. 안 보이는 세상이라는 게 되게 흥미로워요. 어떻게 감각화하고 있는지… 한 번도 태어나서 경험하지 못한 거니까 그 감각을 저는 한번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죠. 

박하늘: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워크숍 형태로 같이 움직여보는 시간을 좀 가져보시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저도, 민관샘도 참여한 시간은 달랐지만, 다양한 분들을 공통적으로 봤는데, 흔히 생각하기에 시각 장애인 하면 다 안 보이는 전맹을 위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전맹 인구수는 적고 저시력자가 훨씬 많거든요. 그리고 후천적인 분도 많고 경험치가 되게 달라서 몸의 사용 범위나 딱딱함의 정도도 달라요. 움직여보면 굉장히 다른 어떤 호흡들을 하고 있고, 몸에 대한 이해도도 좀 다를 거예요. 그리고 약시거나 한쪽만 안 보이거나 전맹이거나, 시각 장애인이 된 시기에 따라서도 조심성이라든지 뭔가 많이 달라져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보면 어떤 조명의 빛 세기나 그런 것들을 접목하시는 데도 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요.

조경재: 저는 예술을 할 때 장애가 결코 이게 약점이라고 저는 보지 않습니다. 안 좋게 사회적인 어떤 그런 관점으로 절대 보이지 않아요. 예술 분야에서만큼 시각 작가가 갖고 있는 그냥 특성이라고 저는 봐요. 그냥 그러니까 저는 장애인 작가와 여러 번 협업도 해보고 프로그램도 여러 번 했는데, 어떤 작가분은 몸이 좀 불편하고 움직임이 탁탁 끊기는데, 저는 그런 몸동작이 너무 좋았거든요. 또 회화 작가인데 사지를 잘 못 쓰시는 분이 그림을 그렸을 때 생겨나는 터치감이 너무 멋있어요. 저는 장애를 예술에서만큼은 절대 약점으로 안 봐요. 장점은 아닐 수 있지만, 특성이 될 수 있다고 보긴 해요. 그거를 우리는 저는 보고 싶은 거예요. 그 관점으로 저는 접근하는 게 난 좋다고 봐요.

박유라: 그럼 굳이 우리 작업을 가져올 필요 없겠네요.

조경재: 절대 우리 작업을 할 필요가 없죠. 우리도 이제 그들을 통해서 새로운 걸 하면 해보는 거죠. 그래서 예술이 훌륭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고.

어디서 출발할 것이냐의 질문. 그리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방식(의 어려움).

세 번째 이미지. 응접실에서 왼쪽부터 조경재 작가, 김민관 공간 운영자, 박하늘 배우, 박유라 안무가가 앉아 있는 모습. 중앙에 박하늘 배우가 배리어 프리 관련 홍보 방식 등에 관해서 의견을 전하고 있다.

박하늘: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장애가 아니라 ‘감각’이 다르다.‘라고 하죠. 그리고 홍보가 너무 어려워요. sns 하시는 분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접근성이 좀 떨어져서 페이스북을 더 하시는 편이고, 인스타는 복잡하고 이미지 위주고요. 또 레이아웃이 바뀌어버리면 익숙하게 해놓은 것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다른 홈페이지들도 접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코딩 차원에서 복잡하게 되어 있는 데가 많아서. 그런 어려움이 있고. 또 홍보, 사실상 사회적인 문제까지 이제 접근하게 되는데, 그러니까 이게 제가 제 작업을 서비스로 왜 주고 싶은지 질문하게 되는 거예요, 접근성에 관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누구한테 가닿고 싶고 어떤 관객을 제가 여기 앉히고 싶어서 혹은 협업하고 싶어서 제가 이걸 하고 있나.‘ 이런 질문이 일상으로까지 뻗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그냥 작업하고 나를 이렇게 분리해서 할 수가 없고. 이동권 문제가 큰데 이동 지원, 활동 지원이 없으면, 집 밖으로 정말 잘 안 나오시고 못 나오시기 때문에 ’문화 향유‘, 진짜 어렵죠. 그래서 공연 준비팀도 이동 지원을 해야 하고, 예매 방법, 홍보 방법부터 채널도 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에요. 

조경재: 회화 작가랑 한 달 전에 홍대에서 전시를 같이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분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다 보니까. 진짜 체험했죠. 밥 한번 먹으려고 하면 삼천리를 돌아다녀야지 한 군데 찾고, 그 홍대 바닥 그 넓은 데에서 갈 수 있는 데가 없더라고요. 이게 진짜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이게 진짜 한 부분이었을 거 아니에요. 

박하늘: 공연장도 그렇죠.

박유라: 출발점을 정하는 게… 왜냐하면 바뀔 수 있잖아요. 우리의 입장과 선호도를 알고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을 우리가 갖고 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게 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정말 모두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건 너무 어렵고, 음성 해설이 됐든… 음성 해설부터 시작하자 하면, 음성 해설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약간 그게 저는 중요한 것 같거든요.김민관: 말씀해 주신 거 보면, 그냥 우리가 뭘 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을 퍼포머 주체로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경재: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는 저가 경험하고 싶은. 우리가 이렇게 뭔가 이렇게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거를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 반대가 돼야 하는…김민관: 말씀하신 시락님의 어떤 말에서부터 시작했는데, 그분이 얼마 전에 〈무성한성무〉라고 공연을 올리셨더라고요. 그런 사례 같은 거 혹시 자료 같은 거 혹시 보여주시거나 그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박하늘: 유튜브에 무용 음성 해설 치면, 최근까지 조금 변화되어 온 몇 개의 영상들을 보실 수 있어요. 〈무성한성무〉는 몸에 장치들을 달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 소리가 나는지를 참여형 워크숍과 성과공유회로 발표한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관람을 했고요.

조경재: 근데 또 반대로 지금 또 생각이 드는 게 그들이 하면 되는 거잖아요.

박유라: 사실 우리가 그들과 협업을 하면 돼요. 

박하늘: 그렇죠, 그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해 봤을 때 정말 몸이 많이 딱딱한 편이고. 그리고 시각 장애인 무용수가 국내에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고, 그렇다 보니 어떤 형태의 협업이 될 수 있을까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전에 어떤 동작들을 말로 해서 관객들한테 움직이게끔 해보는 작업을 했었는데 굉장히 쉽지 않았고, 말대로 안 따라와 주고, 제가 원하는 동작을 하게 하기 위해서 언어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고, 그래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할 것이냐, 그리고 혹은 똑같지 않아도 되니까 그 방향의 어떤 추상적인 것을 그냥 같이 공유할 것이냐 실험했었죠.

박유라: 몸이 딱딱한 거 전혀 문제가 안 되… 물론 프로 무용수 당연히 힘들죠, 안 돼요, 이거는. 근데 되게 얘기하다 보니까 그분들과 어떤 활동을 하면서 시작을 하면 좋을 것 같아, 공연을 같이 보고, 우리가 얘기한 것처럼 한 편씩 비평 글을 쓴다든지 공연 끝나고 얘기를 한다든지 그 행동을 같이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창작을 한다기보다도…

조경재: 좋은데, 아무튼 우리가 경험했던 거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포인트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아까 딱딱한 동작인 거잖아요, 만약에 동작을 한다면. 그걸로 끝나야지, 여기서 뭔가 변화를 시킨다든지는…

박유라: 물론 변화는 되겠죠,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우리가 하는 그 ‘잘’의 영역에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게 절대 아니고… 어떤 글을 한 편씩 써서 공유한다든지 그런 건 전혀 그게 아니잖아. 어때요?

박하늘: 좋은 접근법인 거 같아요. 제가 말씀드렸던 그 딱딱함은 당연히 그들이 ‘무용수 되기’의 과정을 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다만 이제 그것을 관객이 그냥 관람하게 된다면 너무 튀어 보일 것이 조금 걱정되는 지점인데 그것을 그렇게 가지 않게 설계하는 게 중요해요. 그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경재: 공연장 들어가서 한번 만진다고 했었잖아요. 난 그게 너무 재밌거든요, 제 눈에는.그거를 만지면서 어떻게 인지를 하고, 만지면서 공간을 이해하고 지각,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는, 아니 상상이 아니지 현실화시키는 거 아니에요. 만지는 동작만으로 굉장히 멋진 것 같거든요, 저는 그 동작 자체가.

박유라: 저는 근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 동작 자체가 멋있다는…

조경재: 우리는 보자마자 아는 공간인데, 그들은 아무튼 시간성을 들여서 만지면서… 근데 그게 또 어느 정도의 한계성이 있잖아요, 만지는 게 천장까지 만질 수는 없으니까. 예술을 할 때 뭔가 다 오픈돼 있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되게 제약이 있을 때 되게 좋아질 수 있는 경우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감각화해서 부분만 되게 집중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 상태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어떻게 감각화가 될까.’ 그게 너무 흥미로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저는.

박유라: 맞아요, 저도 그래요.김민관: 처음에 제 생각하고 좀 약간 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무용을 그냥 똑같이 하는데, 사실은 우리가 시각 장애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냥 눈 감고 느끼는 거죠. 근데 저는 그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가 느껴지는 게 분명히 있을 것 같단 말이죠. 

조경재: 굉장히 회화의 추상적인 어떤 감각을 느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그냥 상상이에요.김민관: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음성 해설의 방식이 진짜 그렇게까지 진짜 그 감각을 제대로 전달해 주는 건가.’ 약간 이런 걸 한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번째 이미지. 오른쪽에 박하늘 배우가 의견을 전하고 있는 모습.

박하늘: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굉장히 호흡을 많이 맞춰 오신 무용수들이 있어서, 두 명의 무용수가 있다면 서로 어떤 움직임을 각각 해 보이는데 둘 다 이제 청인이겠죠. 그냥 감고 관람을 해본다, 그랬을 때 뭐가 궁금한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보통은 작업 과정에서 그런 걸 잘 안 하잖아요. 그래서 해설사가 해설에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궁금한 거 생각해 보고 뭘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다음 과정이 또 될 수 있다면 최대한 숨소리도 안 들리는 환경 안에서 이제 보기만 해보고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서 어떤 장치를 더 접목할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조경재: 어찌 됐든 간에 저도 경험이 없고 그들도 공연을 많이 안 봤고, 그 상태잖아요. 한국 사회라는 곳에 거의 이제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관객이 공연을 보는 경험을, 그냥 비장애인들도 어떤 그런 공연을 보는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뭘 먼저 해야 하는가에 우선순위를 뒀을 때는 조금 전에 말한 친절한 방식이 되게 필요할 것 같긴 해요. 일단 그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것들을 최소한의 어떤 식으로 감각하고 있는 단계를 먼저 구축하는 거는 되게 필요한 단계인 것 같아요. 저는 이게 되게 필요한 1순위는 이거야 하는데, 제 관점에서는 ’이거는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 이분들이 되게 많은 경험이 쌓여야지 이제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니까. 일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어떤 친절한 공연들이 있어야 하는 거고…

박유라: 저는 사실 공연까지 전달하는 건 자신이 없어요. 저는 경재 작가님이 설치 작업도 하셔서 공간이라든지 정말 극장 자체, 이런 것들을 그들의 체계 안에서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만져서든지 이런 것들을 조금 듣는 시간을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인간 자체가 어떤 현상을 낳고 있는지 전달하는 것까지는 자신이 없고. 그러니까 그게 먼저 이루어지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안에서는.

조경재: 그런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서 똑같은 무대인데 첫 번째 공연은 이제 원래 하던 대로 퍼포밍을 해요. 두 번째 할 때 조금씩 계속 설정값을 바꿔가면서 공연을 하는 거예요. 일단은 우리가 정보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을 때 그들한테 이제 설문을 받아서 어떤 데이터를 우리가 만들어내는 리서치를 하는 건…

박유라: 그거 좋은데요. 그러니까 설문을 받는 방식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글쓰기를 혹은 토의라든지 그걸 제안한 거요. 저는 이 공연을 보고 이 감각에 집중했고 이걸 이렇게 느꼈고, 근데 그것들을 우리가 하나씩 이제 만들어 가는 거죠. 이야기를 하든지 아니면 글쓰기를 하든지, 뭐가 됐든 어떤 활동을 같이하는 그게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경재: 가능성이 없겠죠, 이렇게 하는 게.

박하늘: 가능성은 무엇에든 있지 않을까요.

조경재: 예를 들어, 시각 작가님의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을 이동한다는…

박유라: 그거 사실 우리가 다 그 다 어떻게 보면 케어해야 되는 부분이고…

조경재: 우리도 정해진 시간이 한정적이고, 무언가를 하겠다라는 목적이 있다면, 그들과 대화해서 만들어내는 것들은 조금 뭔가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거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교집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조금 들고. 일단 어떤 프로젝트를 해서 여기서 발생되는 것들을 그냥 취합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시작할 때부터 먼저 만들고 하는 게 나을지. 동시에 하는 게 가능할까요.

박유라: 그걸 하려면 어쨌든 그들의 언어를 들어야 하잖아요. 모이는 거, 그냥 그 모임 자체, 전 그게 조금 지속적으로 우리가 그걸 가져야 일단 우리한테 이게 생기고, 그냥 사실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는.

박하늘: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거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이동 지원을 하든 터치 투어를 하든 같이 걸어보면 느끼거든요. 이 사람이 얼마나 함께 해본 사람이냐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안내 하나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박유라: 만남의 빈도수를 되게 자연스럽게 많이 만드는 게 진짜 우리의 출발점으로 저는 맞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민관: 이렇게 사는 곳에서 새로운 곳을 거의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만약에 여기 온다고 그러면 이제 1호선 타고 끝까지 거의 오면 되고 이제 저희가 동인천역까지 오면, 저희가 케어를 하겠다.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네요.

박유라: 우리가 가도 되고 사실 그들이 보는 공연을 본다든지 전시를 본다든지 이런 것도 하시려나요…김민관: 사실 시락님은 좀 특이한 분 같아요, 다른 분들보다 경험이 월등히 많으신 것 같다는 점에서요. 뮤지컬을 되게 많이 보시고… 사실 무용 공연을 보면 좋긴 할 것 같긴 해요. 

박유라: 전 뮤지컬 공연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박하늘: 춤의 요소도 있고…

박유라: 왜냐하면 사실 청각적 정보가 진짜 월등히 많은 공연의 장르잖아요. 그러므로 그가 선택했을 거고…김민관: 근데 시락님이 최근에 페미플로어가 주최한 ‘없는 무용 페스티벌’의 좌담하는 걸 끝까지 와서 듣는 걸 봤어요. 뭔가 무용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있는 거 같고, 그리고 제 생각에는 또 온 이유가 거기서 문자 해설을 한다고 하니까 사실 문자 해설이 자기는 필요는 없지만 이런 접근성에 관련한 뭔가를 하는 데라는 걸 인지가 되면 갈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저는 사실 여기서 동인천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그림을 그려봤을 때 좀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거든요. 그러면 이걸 가면서 사실 여기는 뭐 이분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고…

박유라: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재밌는 게… 저는 그 재미를 느끼는 데에 대한 어떤 죄책감이 있거든요. 그들한테 일단 물어봐야 해요, 괜찮으시겠냐고. 사실 굉장히 복잡하고 턱도 많잖아요. 

조경재: 근데 저는 그거를 솔직하게 얘기해서 하는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김민관: 그분들도 저는 제가 그분들 좀 경험해 봤을 때 새로운 데를 가기가 그게 도움이 없으니까 못 가서 안타까운 거지 뭔가 있으면…

박유라: 그것도 사람 나름일 거란 말이죠. 저 같은 태도를 지니면, 평생 못 갈 거 같아요, 저는 겁이 많고 진짜 방어적이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시각 장애인이었다면.

조경재: 그러니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죠. 저는 그들의 세계를 그냥 그대로 그렇게만 바라보니까 처음에는 조금 그분들이 당황하시는데, 좀 지나면 좋아하세요. 그냥 그들의 세계를 그냥 그냥 그대로 그냥 그렇게만 바라보니까.

박유라: 근데 최근에 지하철에서 신식 지하철은 안내 방송이 아니라 이제 시각적인 정보로 바뀌었더라고요. 이제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어폰을 많이 끼니까 이게 다 시각적인 정보로 바뀌었더라고요. 근데 시각적인 정보가 있고 이걸 계속 수어로 해주시는 거예요, 옆에서. 그래서 ‘왜 시각 정보가 있는데 수어를 하시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수어가 모국어 모국어인 분들이 또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것보다 수어를 이렇게 하는 게 더 동시에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우리 음성 언어가 그러니까 외국어인 거예요,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박하늘: 농인들이 소통을 한국 수어로 하고, 구어랑 문장 체계가 달라요. 그 수어에서 문장 구성하는 것이 문법 체계도 달라서.김민관: 그럼 어쨌든 시각 장애인분들은 그게 불리해지는 거잖아요. 소리까지 같이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저도 이게 공연으로 연장해 보면 공연도 보면 그게 수어 통역은 되게 많은데 음성에서 이런 건 사실 별로 없더라고요. 약간 저는 이게 좀 뭔가 좀 혐의가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선택되는 거 아닐까 싶은. 이게 수어 통역을 하는 거는 시각적으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다 들리는 거는 그냥 음성 해설 안 해도 그냥 다 똑같이 들리는 거니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박하늘: 그리고 버스는 번호를 보고 탈 수 없어서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시는데 동행인과 같은 방향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이제 호출 누르는 데까지는 같이 가줘야 하는 것들이 있고요.

또 홍보할 때도 이제 핵심 내용 위주로 간략하게 할 필요가 있고 순서 배치 이런 것도 이제 중요하죠. 굳이 많은 정보를 나열할 필요가 없고, 그리고 포스터 이미지 설명 같은 것도 이제 원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배치도 후 순위로 한다든지 신경 써야 하죠.

‘어떻게 이 이미지를 글로 전달할 것이냐.’ 또 ‘공연 개요가 어떻게 겹치지 않을 것이냐.’ 등 그런 고민이 필요한 거죠. 해설사가 포스터까지 이제 다 홍보 단계에서부터 그런 작업도 다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 해설사가 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 포스터에 어떤 의미를 담고 이 디자인이 나오는지가 텍스트에 반영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바로 써지는 것이 아니고. 그리고 문장 구성도 이제 뭘 중심으로 해야 할지 이런 이해도 필요하고.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했던 포스터 이미지 설명을 공유해드릴게요.(하단에 설명 있음) 되게 좀 복잡하잖아요. 저시력 장애인 분 중에는 이게 너무 복잡한 거예요. 이런 이미지 안 좋아하긴 하죠. 그렇다고 디자인을 다 뺀 세상에서 살 수는 없고, 근데 이제 저시력이신 분들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 큰 거 이런 걸 좋아하시고.

김민관: 이게 그거 동영상 이미지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박하늘: 그것도 선호하는 게 다 달라요. 왜냐하면 동영상으로 그 목소리가 들어가면 수어도 얹을 수 있고 자막까지 한 방에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제 되감기나 이런 게 편리하지 않은 거예요. 다시 접하고 싶은데 ‘이걸 다 들어야 해.’가 되고 피로해지는 거죠. 그런데 이게 텍스트로 있으면 검색을 할 수가 있고 원하는 구간으로 이렇게 딱 끊을 수가 있는 편리함이 있어요. 물론 동영상으로도 만들어본 적이 있어요. 

조경재: 텍스트를 딱 잘라서 그거를 음성 지원해주는 컴퓨터 시스템이 있는 거예요?

박하늘: 컴퓨터랑 스마트폰으로 스크린 리더 그런 것들을 이용하시죠. 그리고 접속 경로도 문제예요, 그런 접근성. 제가 한번 포스터 설명을 공유해볼게요.




다섯 번째 이미지. 연극 〈복작복작 수선리〉 포스터.

연극 〈복작복작 수선리〉 포스터 이미지 설명

환한 흰 바탕의 한가운데 알록달록한 손글씨와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맨 가운데 출입문이 활짝 열린 화단이 있는 작은 집이 있고, 여기로 향하는 발자국들이 찍혀 있습니다. 운동화나 구두를 신은 사람, 지팡이나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까지 다양한 이들이 이 집으로 오고 있습니다. 지붕에는 까만 고양이가 엎드려 있고, 하늘에는 해가 쨍쨍, 무지개도 반짝, 구름도 동동 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했고 이걸 음성으로 집어넣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이 집으로 모이는 거라는 걸 강조를 했고, 표현적인 어떤 “해가 쨍쨍” 이런 표현을 뭐라고 하죠. “반짝”, “동동” 이런 걸 집어넣고 전체적인 그림 바탕부터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이런 식으로 그런 표현들, 그리고 사람 뭐 이런 거 말고, 그냥 강아지까지 포함해서 “다양한 이들” 이렇게 표현하는 것들, 그러니까 좀 감수성 맞출 수 있게 하고, 그다음에 이제 공연 개요, 제목, 작, 연출, 제작 누구누구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서 진행한다, 이런 제작, 수어 통역과 한글 자막이 있다. 이런 정도로 배치를 했죠. 근데 포스터 이미지 설명을 맨 뒤에 하는 게 좋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조경재: 빨리 정보를 인지하고…

박하늘: 네 기본적인 거 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는 배우들이 제일 중요하고, 스태프들은 되게 많은 경우에 대공연일 경우에 엄청 많잖아요. 근데 다 나열해도 지나칠 수 있으니까 ‘약간 근데 그걸 굳이 빼야 할까.’ 이런 고민은 있지만, ‘순서 배치가 저는 좀 필요하다.’ 그런 주요 이미지 해설은 정말 주요 이미지만 해도 좋고, 왜냐하면 복잡하거나 해설이 조금 어려우면 여기서부터 판가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공연 해설을 잘 못했겠구나! 안 봐야지!’ 이게 마중물인 거죠. 

조경재: 여기서 딱 뭔가 감각화할 수 있는 테스트들이… 이미지가 좀 상상이 되는…

박하늘: 또 중요한 건 이동 지원… 음성 해설.

조경재: 그러니까 이게 예산이 곱하기 2가 맞아요, 모든 프로젝트의 장애인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박하늘: 그리고 개방형으로 하면 예산은 좀 덜 들 수 있어요. 개방형은 장단점이 있는데 배리어 프리 싫어하는 관객들한테는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폐쇄형으로 했을 때는 그 장비비가 좀 비싸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게 공연 현장음을 수신해서 듣고 그걸 기계로 빼야 돼가지고. 근데 제가 수신기를 들어봤을 때 좋은 점들도 있었지만, 답답하고 긴장감이나 거리감이 안 느껴져요. 음성 해설 수신기 한쪽 귀에만 꽂고 볼륨 조절도 스스로 하면서… 대극장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소리가 울려서 좀 힘듦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소리로 관람하기에.김민관: ‘시나브로 가슴에’라고 무용단인데 최근에 구명조끼 같은 걸 끼면 그게 감각이 전달된다고 그러던데, 뭐 저도 체험을 하고 싶었지만, 따로 신청을 사전에 받아서 다 매진됐더라고요.

박하늘: 우퍼 조끼라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소리 정보를 진동으로 주는 걸 거예요. 사운드 커지면 이제 막 울리고요. 그래서 시락님하고도 나눈 아이디어인데, ‘무용이라면 무용수와 똑같은 어떤 신체가 움직여지는 장비 같은 거 입을 수 있을까?…’ 신체 조건이 달라서 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이제 저의 상상인데, 약간 우주 공간처럼… 그래서 어떤 체험들을 해볼 수 있게. 발레 같은 것들, 그렇게 이해해 볼 수 있으면 좋겠는…김민관: 춤이라는 게 어렸을 때 애들이 이렇게 즐겁게 춤은 안 배우고도 춤을 추긴 추잖아요. 근데 이게 이미지가 전혀 없이 그게 가능한 건지, 아닌지. 자기가 춘다고 했을 때 그게 어떤 보고 추는 것들이 있으니까 추는 거잖아요. 

박유라: 아니 전 모르겠어요. 저는 그거는 그 포인트는 그거 본 것 같거든. ‘내가 추는 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게 포인트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없어도 출 수 있지. 없어도 당연히 출 수 있는데, 제가 여기에 얼마만큼 마음을 열 수 있는지. 저는 무용수의 핵심은 약간 그런 것 같거든요.김민관: 뭔가 즉흥이 있잖아요. 이제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는데 만약에 안 보이는 사람들만 있다고 그러면 좀 다르게 출 것 같지 않아요, 똑같은 춤을 추더라도.

박하늘: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동안의 무용 작업 경험치로서는 먼저 막 움직이셨을 거 아니에요. 근데 음성 해설을 알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해설적인 걸 먼저 해보고 움직이면 어떨까?’ 아니면 ‘어떤 텍스트를 먼저 해놓고 움직이면, 그러면 공유가 좀 더 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해설을 직접 쓰는 거죠, 무용수가. 그거는 또 다르지 않을까.


여섯 번째 이미지. 조경재 작가의 사진 작업. 오브제들을 기하학적으로, 즉 복잡하게 겹쳐서 배치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만든 이미지임. 2012-2013년 사이에 작업함.

김민관: 또 들었던 질문이 조경재 작가님 사진 작업이 굉장히 복잡한 이미지거든요. 

박유라: 전 설명 자신 있는데.

조경재: 저는 박유라 씨가 그런 그 텍스트가 무대를 바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무대가 어떨 거라는 설정 아래, 이제 그것들을 상상으로 글을 쓰는 건데, 굉장히 신체에 관련된 동작들이 구체화돼 있거든요. 그런데 또 상황이라는 게 존재해요. 물에 빠졌을 때 어떤 동작으로 어떻게 몸을 표현하고 있는다라든지, 아니면 테이블 위에 제가 밥을 먹고 있는데, 그 밥 먹을 때 행위의 어떤 동작들 같은 것들을 막 표현한단 말이에요. 시각 장애인들이 공연을 보기 전에 먼저 읽고 공연을 봤을 때 훨씬 더 좋은 상상을 할 수 있어요. 이게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실제로 공연을 봤을 때는.

박하늘: 그게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페이크가 아닌, 해설적인 면이 있지만 해설과는 또 다른 텍스트네요. 

조경재: 그러니까 계속 상상을 더 하는 식인 거죠.

박하늘: 부러 해설을 피해서 더 좋은 점을 극대화시키는 거네요.

조경재: 그들이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연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로 쓴다면. 

박유라: 왜냐하면 사실 그거는 제가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 쓴 건 아니라 그냥 제가 그 상황에 딱 그냥 인(in) 되기 위한 거거든요. 

조경재: 안 보이는 건데, 그냥 상상으로 쓴 거 아니야, 이럴 거다라는 상상을. 저는 그래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 글을 보고 글이 너무 재밌어요. 그러니까 소설 같아요. 근데 되게 신체적인 소설이에요. 몸의 동작 하나하나가 다 표현이 돼 있어요. 숨소리부터 다 이렇게 표현이 돼 있잖아요. 진짜 이 글이 너무 좋아요. 그 글이랑 공연이랑은 다르지.

그래도 되겠다. 제 공연에도 장치를 좀 더 구체화시켜도… 아까 얘기했던 소리를 더 표현할 수 있는…

김민관: 저도 이거 그때 그거 공연을 봤거든요. 그 텍스트들을 군데군데 깔아놨더라고요. 공연 때는 다 볼 수는 없는데, 끝나고 나서 설치가 전시로도 볼 수 있으니까 그걸 봤어요. 

박하늘: 아 그리고 안내견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고민해야 할 수 있어요. 안내견들이 동행인과 떨어지면 분리 불안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안내견을 무서워할 수 있어서요. 홍보의 단계에서부터 명시해놔야 해요.

조경재: 극장 측에서는 그런 거 반대하는 극장은 없어요?

박하늘: 없을 거예요. 근데 안내하는 방법을 모를 거예요. 미리 소통해서 준비하고 출입구나 통로 쪽으로 배치하면 만일의 경우에 빨리 나갈 수도 있어요. 전에 예술의전당에서 안내견과 동행하며 관람해보니 중간쯤에 위치한 객석이었는데 그냥 발 아래 안전하게 앉더라고요.

박유라: 조명 꺼져도 괜찮아요?

박하늘: 예. 괜찮아요. 다 훈련을 받아서. 만약 창작자로 함께 협업해서 자주 만나는 분 중에 그런 분이 있다 하면 어려울 수 있는 점은 받아들여 주는 식당이 역시나 잘 없고, 패드나 흙 이런 데다가 미리 볼일을 다 보고 이동해야 하는 점이 있고요. 그래서 시각 장애인도 유형이 다양하다라는 점 중복 장애도 있을 수 있고, 유형이나 정도를 미리 물어볼 수 있으면 좋지만, 관객한테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미리 참고할 사항이 있으면 말해 달라라는 거를 명시해놓을 수도 있지만. 창작자 입장에선 미리 알면 좋지만 관객도 익명일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저도 어려운 지점인데요. 이제 가능하면 가운데 맨 앞자리로 배치하면 좋아요. 왜냐하면 최대한 가까이서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조금이라도 보이시는 분은 더 볼 수 있고, 그리고 청력이 약하다든지 뭐가 어떻다든지 해도 앞자리면 좀 더 편안한 관람이 될 수 있어서. 방향성도 그렇고 그런 면들이 좀 고려되면 좋을 것 같고, 최근에 음성 해설을 좀 넘어서 ‘위스퍼링’이라는 게 ‘0set 프로젝트’에서 도입이 됐는데요. 사람이 옆에 붙어서 속삭여주는 거예요. 근데 이거는 그런 환경이 되어야지만 가능한데, 궁금하면 떠들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거죠. 발달장애인이 있는 경우가 더 가능하긴 하지만, 모든 이를 포함한 릴렉스드 퍼포먼스로서 좀 편안한 관람을 위한 거죠. 그런 환경 안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은 너무나 편안한 거죠. 그냥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으니까 놓친 거, 왜 웃는지, 저 사람은. 그리고 해설을 하더라도 제일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아야 하고 웃음 포인트를 놓치면 안 돼요. 근데 웃음 포인트라는 게 미리 알 수도 있지만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동작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왜 웃는지를 지나고 말할 수도 있지만, 넘어질 거예요 하고 미리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도 그렇고 인물 설명 안에서도 극의 흐름 안에서 뒤에 알아야 더 효과가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는데, 미리 저 사람이 뭐다라는 설명을 안 해야 하는 부분이라든지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필요하고요.

그리고 점자 홍보물에서 점자를 모르는 시각 장애인도 많이 있거든요. 어려워하거나 그래서 굳이 비용을 많이 들여서 점자를 다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시청각 장애인을 고려해야 하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겠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하더라도 소량이면 될 것 같고, 텍스트 제공 혹은 링크나 qr 코드로만 공유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사자 모니터링은 정말 꼭 필요하다라는 지점들… 조명도 극 안에서 특정 포인트가 되는 거라면 설명을 좀 해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이 있고. 외국어를 사용할 때도 그 의도가 뭐냐에 따라서 해설 여부도 정해지는 것 같고요. 그리고 무용은 또 어떨지 모르지만, 이렇게 막이 단막극으로 끊길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공연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한 막이 20~30분 정도는 돼요. 단막극 3편을 연달아서 했었는데 처음에 장황하게 설명해 주면 다 기억 못 해요. 그래서 전체적인 거는 터치 투어를 하기는 하더라도 막 별로 직전에 등장인물과 무대에 관한 설명을 해줬었어요. 이렇게 하니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그런 쪼갬 정보가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전환도 모두가 들어와서 뭘 옮겼고 뭐 하나하나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고, 포인트 되는 것들만 해서 그냥 전환 음악 들으면서 흘려보내는 편한 시간으로 줘도 괜찮다는 그런 것이 있고. 소리가 비는 구간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좀 필요하다, 좀 귀를 쉬게 해주는 시간이. “지금 뭐 해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냥 흐름 안에서 좋다라고 느껴지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많은 문학적인 표현적 해설이 또 좋은데 너무 구구절절할 필요 없고 그냥 담백하게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뭐가 보인다 이런 표현하지 말고… 그렇다고 본다라는 말에 너무 갇혀서… ‘보다’라는 게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잖아요. 그 말을 안 쓸 거는 아닌데 그니까 “뭘 보세요!” “뭐가 보입니다.” 이것만 아니면 괜찮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수어랑 한글 자막이랑 협업하면, 그 언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더라고요. 위치도 그렇고, 특히나 연극에서는 이 소리 정보들이 타이밍적으로 겹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만약에 사운드가 있어요, 장면 전환이 됐는데, 띵동 뭐라든지 바뀌는 효과음 혹은 조명, 그중에 뭘 먼저 갈 건지 약속을 해야 하는데. 뭐가 먼저 가는 게 효과적인지 서로 배리어 프리적인 이해가 있어야 조율을 할 수가 있어요. 연출도 많이 공부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게 다 혼재되고 있는 상태로 정리가 안 되죠. 그래서 배리어 프리 한다고 했을 때는 일단 기존의 연극적인 감각을 조금 수정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게 뭐냐면 예전에는 암전 중에 대사 먼저 나오고 시작되는 것들이 감각적으로 느껴졌잖아요. 근데 그럼 안 되는 거예요. 그 배리어 프리 공연에 대한 경험이 없을수록 그게 필요하더라고요. 연출하고 타협이 어려워요. 그리고 마임적인 것들.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개를 뭔가 등장하는 것으로 표현할 때 개가 있다고 해설해버리면 시각 장애인들이 진짜 개가 등장한 걸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연극적인 언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박유라: 이게 연극이니까 그런데, 만약에 뭐 무용을 하면, 이거 어떻게 표현하죠. 그냥 왼쪽 사선 앞으로 손을 뻗었다면, 이렇게 뻗을 수도 있지만 정말 이렇게 뻗을 수도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요?!

조경재: 어려워서 재밌어요. 어려워서 재밌는 거예요.

박유라: 위스퍼링이라는 게 참 다른 공연 문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하늘: 위스퍼링이라는 게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고, 그 시도한 게 ‘0set 프로젝트’에서 한 두어 번 정도 했을 거예요. 

조경재: 근데 그게 그렇게 형식으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이 그거에 대해서…

박하늘: 만족해했어요.

조경재: 생각보다 그게 빨리 적응이 돼요.

박하늘: 모두에게 들리는 게 아니어서.

조경재: 저는 일반인들하고 일반 그냥 공연도 이렇게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박유라: 그러니까 아예 제목 자체를 그냥 ‘위스퍼링’이라고 해서. 위스퍼링 자체는 지금 있는 극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예요. 

조경재: 관객석에 이제 그거를 할 수 있는 애들을 한 10명 정도 심어 놓는 거예요, 몰이하는 배우들. 

박유라: 그것도 말씀하셨다시피 딱 알아요, 그러면 그냥 그 사람을 퍼포머로 인식하겠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떠들게 내버려 둘 거예요. 그거는 공간이 조성해 주는 거라서 왜냐하면 극장은 계속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박하늘: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걸 접했던 게 거리에서 앉아서 했던 거랑… 혹은 발달장애인 지인들이 왔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그게 되더라고요. 근데 불 꺼진 극장에서는… 싫어하는 관객이 더 많아요. 어쩌면 무용은 더 가능한 지점이 있고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연극은 너무 대사와 관한 약속이 많아요. 그래서 아마 0set 프로젝트에서 위스퍼링이 가능했던 부분도 당사자성이 있는 다큐 형식의 공연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박유라: ‘제로셋’이란 말은 되게 퍼포머의 상태에 이미 있는 용어긴 한데.

박하늘: 사회적으로 어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명제를 제로에 두고 다시 이렇게 점검해보는 의미이고, 접근성, 장애 예술에 관한 작업을 많이 하는 팀이에요. 

조경재: 베네치아에서 본 전시인데, 티노 세갈(Tino Sehgal)이 한 건데, 관객들이 손을 잡고 들어가면 손을 잡아야 하는데 암등이 돼 있어요. 그래서 형식은 조그마한 소극장보다 더 작은 곳에서 한 단이 몇 개 있는데 거기에 쭉 이렇게 들어가서 쫙 앉아요. 진짜 하나도 안 보여요. 그래서 이제 공연 시작을 해요. 막 노래, 소리 나고 이제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몰라요. 실제로 공연한 건지 사운드인지, 이걸 몰라요, 끝까지, 너무 완벽한 암등이라. 형식은 극작 형식이었어요. 무대도 진짜 조그마한 무대였고, 근데 굉장히 시끄러운 어떤 리액션을 하는. 노래도 부르고 합창도 하고 문 꽝꽝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나오는. 근데 실제로 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박유라: 그러니까 공연의 핵심은 전 그냥 다 거기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실제인지 장치인지 가짜인지. 공연의 모든 핵심은 그냥 다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거 한번 시도해 볼 법한 것 같아요, 진짜 우리가 했던 공연을 제 텍스트… 시도해볼 법해요.

조경재: 제 장치도 터치 투어 장치로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김민관: 사진을 근데 좀 이렇게 만질 수 있게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경재: 제 사진이 이제 실제 공간에다가 오브제들을 막 놔두고 사진을 딱 찍으면 평면이 돼버리잖아요. 실제는 되게 입체적인 공간인데 평면으로 만든 거라 이 표면을 입체로 설명할 수도 없잖아요, 표면이기 때문에. 그런데 입체기는 하거든요. 

박유라: 근데 저는 그게 재밌거든요. 이 오브제의 끝 선과 다른 오브제의 시작 선이 이렇게 만나요, 그래서 이게 선이 돼버리는.

조경재: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유라: 여러 가지 질감에 조형물들이 쌓여 있는 것처럼도 보이고, 평면에 어떤 테이프들이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이게 지금 윗면인지 옆면인지 대각선 면인지에 대한 어떤 환각을 일으킨다. 그러면서도 이제 창틀, 테이프, 카펫, 나무 같은 것들로 자기들이 어떤 면적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다른 선들과 만나면서 평면 안에서 입체성을 구성한다.

김민관: 이게 잘 설명한 건 맞는데 이게 설명을 한 것 자체가 재밌는지는 모르겠네요. 이미지적인 거를 어떻게 말로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요.

박하늘: 외국의 어떤 미술관에서 장애인 관람객 해설자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랬을 때 그 선들 하나하나를 점점점점 촉감으로 표현해서 만져서 알 수 있게 제공하고, 거기 안에 포인트 재료가 있으면 그걸 직접 준비해서 만져볼 수 있게 하면서 창작 배경과 작가 소개를 동반한 그런 것들을 했더라고요. 약간 그런 식으로 더 입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그런 질감 같은 게 필요해요. 그래서 무대 모형도 해보는 거고 어쨌든 텍스트든 뭐든 필요한 사람한테는 추가적인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경재: 어떤 상황이 전개돼 있으면 설명하기가 편한데, 저렇게 추상적인 것들은 언어로 전달하기가 되게…김민관: 언어도 힘들고 터치해도 힘들 것 같고…

박유라: 맞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소리를 들려주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조경재: 이거는 이제 어떻게 찍은 거냐면, 야외에다가 한 달 정도 설치를 해놓은 거예요. 그래서 녹이 슨 거예요. 녹슨 소리는 어떻게 해요?

박유라: 긁으면 저는 소리, 여기 이 녹슨 부분이랑 이건 다를 거 아니에요.

박하늘: 소리 정보도 중요하죠. 그래서 터치 투어에서 소리도 반영하려고 해요, 소품이나 어떤 특정 음향들.김민관: 시각적으로 특화된 작업은 진짜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안상훈 작가 회화 작업도 하려는 경우에.

일곱 번째 이미지. 조경재 작가, 박유라 안무가의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2022) 무대 이미지.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에 가설되었고, 현재는 사람이 없는 빈 이미지임. 참고로 무대 디자인 및 제작은 조경재가 했고, 공연에서 안무 및 출연은 박유라가 했음.

박유라: 이 공간은 저희가 퍼포먼스 한 공간이거든요. 근데 질감이 다 달라서.

조경재: 이거는 충분히 가능해요, 실제로 미니어처로 만들 수가 있는 거고. 

박유라: 실제 공간에서도 만지면 다닐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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